지나고 생각해보니 어릴때 저희 부모님은 독서를 중요하게 여기신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때는 문학, 과학, 수학, 역사, 수필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동네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오셔서 저에게 읽게 하곤 하시고, 저도 자연스럽게 책을 많이 읽은 듯 합니다. 저 어릴때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가 아니었다보니, 친구들과 자전거 타고 놀거나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전부였고 요즘처럼 키즈카페니 체험이니 하는 것들을 꼭 주말마다 하지는 않던 시기였던지라, 나름 육아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겠네요. 비록 5살때부터 컴퓨터 게임에 빠지긴 했지만, 저는 종종 제 눈이 나쁜 이유가 어릴 때부터 독서를 많이 해서라고 아직도 우기곤 합니다.
독서가 주는 효용이 지식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나름 글을 빨리 읽고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배운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초등학생 때 읽었던 '물리가 물렁물렁' '수학이 수근수근' 시리즈, '수학 귀신', 우리나라의 근현대 문학, '조선왕조 500년사' 만화와 누구나 한번쯤 읽었을 법한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등을 통해 각종 지식을 '찍먹'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기회지만, 어려서 뇌가 말랑할 때 긴 텍스트를 빠르게 읽고 원하는 정보를 캐치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었던게 좋았다는 뜻이지요. 실제로 인간은 한번에 몇개의 어절을 묶어서 이해하는 방식으로 텍스트를 읽는다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문인것 같습니다.
학생때는 수능 문학/비문학 지문을 읽어야 했고, 취업을 준비할 때는 적성검사시험에 있는 괴상망측한 글들(음성학 경제학 물리학 법학 등 다양한 주제를 비비고 꼬아 설명한 글들)을 읽고 짧은 시간 내에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야 했는데, 이 때도 새삼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중고등학교 공부는 독서를 어릴 때부터 열심히 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부던히 노력하여 일정 수준을 따라잡는게 가능했는데, 이런 텍스트를 이해하는 능력은 사실 주위 사례를 보건데 많이 향상되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언X의 기술' 같은 책을 보면서 어떻게든 빠르게 글을 파훼하는 방법을 익혀보려고 하거나, 아예 글 이해는 포기하고 논리논증 파트만 죽어라 파서 점수를 따기 위해 각종 형식논리학 기호를 보는 친구들이 있었지요. 나이를 먹고 사회초년생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저희 회사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장문의 보고서나 글을 읽어야 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마찬가지로 글을 빨리 읽는 능력은 나름대로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선물로는 뛰어난 외모(본인이 출중하다면), 재력(재테크를 잘했다면), 체력(운동을 시킨다면) 등이 있겠지만, 가장 손쉬운 것은 독서 습관이라고 보입니다. 공공도서관이 우리나라는 솔직히 잘 되어있는 편이라고 보이고, 학교마다 도서관도 많습니다. 도서관에 아이와 직접 방문하거나, 책을 빌려다주기만 해도 읽기 마련입니다. 물론 어릴때부터 스마트폰과 인터넷 세상에 빠지기 쉬운 요즘에는 어려울 수 있긴 한데, 버릇들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