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를 왜 할까?
대부분 분들이 이맘때 집 근처 헬스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새해에는 나도 운동을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에 헬스장을 등록하곤 합니다. 많은 경우 '이제 막 시작하는 거니까, 1년권 보다는 3개월권을 등록해서 적당히 할인도 받으면서 입문해보자'라는 생각을 하며 3개월에 15만원 정도 하는 가성비 헬스장을 등록하게 됩니다. 헬스장에 처음 가기 전에 유튜브 유명 계정을 구독하며 이런 저런 운동을 해보리라 마음을 먹게 됩니다. 근데 막상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해보니, 뭔가 열심히 제대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초보 티를 내며 운동하자니 뻘쭘하기도 하고, 유튜브에서 하라는 방식대로 따라해보는데 내가 맞게 운동하고 있는건지 스스로 확신도 없고, 무엇보다 학창시절 체육시간을 빼고는 운동을 오랜만에 시작하는 거라 몸이 빨리 지칩니다. 결국 30분 정도 이 기구 저 기구 건드려보다가, 러닝머신에서 10~20분 정도 적당한 속도로 걸으며 러닝머신에 달려있는 텔레비젼으로 자주 재방송되는 '맛있는 녀석들'을 보게 되죠.
위와 같은 경험, 다들 한 번 쯤은 갖고 계실 텐데요. 헬스장을 열심히 다닌지 몇년 된 저는 매년초 새로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가 두세달 뒤 사라지는 이러한 기현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이 재밌는 헬스에 왜 푹 빠지지 못하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무언가에 빠지기 위해서는 그 대상에 대해 큰 매력을 느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창시절 참 많이 좋아하던 짝사랑남/녀는 그때의 우리가 보기에 참 멋있고 이쁘고 착했을 것입니다. 그(녀)와 맛있는 것을 먹고, 영화를 보고 같이 카페에 앉아 시덥잖은 얘기를 하며 깔깔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녀)가 나의 이성친구가 되어준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이를 돌이켜보니, 제가 헬스에 빠지게 된 이유를 조금 알것도 같네요.
잠시 제 얘기를 해볼까요? 저는 사실 학창시절부터 운동신경이 있거나, 반에서 축구를 잘해서 체육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학생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농구를 조금 하긴 했지만 잘하는 편도 아니었구요. 이런 제가 도대체 어떻게, 무거운 역기를 들었다 내려놨다 하는 헬스에 빠지게 되었을까요? 취업이 결정되어 대학 졸업 전 여유가 있던 XX년, 저는 운동을 일체 하지 않아 마르고 힘없는 몸이었습니다. 주위 또래에 비해 왜소한 체격에, 무슨 옷을 입어도 멋이 안살던 시절이었죠(물론 지금도...) 그런 제 자신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학교 앞 헬스장에서 30회 100만원 하는 PT를 결제하게 됩니다. 운좋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 운동을 잘 배우게 됩니다. 처음에 돈을 들이다보니 돈이 아까워서라도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이 잘 들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운동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습니다. 즉, 헬스는 저에게 '큰 돈을 들여 내 약한 몸을 바꿔줄' 매력이 있는 대상이었죠.
다시 처음 이야기로 되돌아가 볼까요? 누군가는 '뚜렷한 목표 없이 막연한 생각'으로 '적당히 간볼 수 있는 3개월권'을 등록하여 운동하게 됩니다. 즉, 운동을 통해 무엇을 얻어갈지 고민하는 것와 스스로 배수진을 치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죠. 회사에서도 '이 일을 왜 해야되나... 아무도 관심없고 안해도 아무 지장 없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일을 할 때 의욕이 생기던가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면서 일을 하게 됩니다. 극단적이지만, 만약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풀로 땡겨서 당장 월급이 필요하다면? 회사를 열심히 다니겠죠. 마찬가지로, 우리가 헬스장에 갈 때는 명확한 목적 설정과 나 자신을 몰아세울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헬스장 사장님들이 앉아서 오지 않는 회원 덕분에 이문을 남기게 되지 않겠죠.
그렇다면 우선 운동하는 목적을 설정해볼까요? 아마 이 글을 읽게 되실 대학생/직장인/자영업자/은퇴자 분들은 보디빌딩 대회에 나오는 분들처럼 좋은 몸을 갖겠다는 것 보다는, '체력'을 기르고 뱃살이 들어간 적당히 균형잡힌 체형을 만들기 위해 헬스장에 찾아가실 겁니다. 보기 좋은 체형은 누가 봐도 뭔지 알겠는데, 그렇다면 '체력'이란 도대체 뭘까요? RPG 게임에 나오는 체력은 숫자로 딱 나오던데...
결국 체력은 근육으로부터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육량이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보다 동일한 동작을 수행할 때 덜 지치게 되겠죠. 예를 들어, 매일 데드리프트를 포함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서 근육을 효율적으로 쓸 줄 아는 사람은 같은 물건을 들더라도 남들보다 덜 무리하는 자세로 효율적으로 힘을 써서 들 것이고, 상대적으로 덜 지치게 됩니다. 일반 직장인들이 '체력이 안좋아서' 사무실에서 늘 지친 상태로 있는 건 왜그럴까요? 내 허리를 지탱해줄 근육이 부족해서 사무실에서 올바른 자세로 앉아있게 되지 못하고, 축 늘어진 상태로 허리와 목을 포함한 우리 몸에 무리를 주기 때문입니다. 탄탄한 근육이 있었다면, 근지구력도 높아서 오래 앉아있어도 남들 대비 덜 지칠텐데요(물론 아침에 운동했다면 이미 지친 상태로 와있겠지만 ^^;)
그렇다면 '목표'에 대한 답은 나왔네요. 우리는 헬스장에 가서 '근육량 증가'를 위해 운동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근육량 증가는 어떻게 이룰 수 있는 걸까요? 대충 생각해보면 운동 열심히 하고, 근육을 만들 영양소를 잘 섭취하고, 푹 자서 휴식을 잘 취하면 될 것 같습니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볼까요? 단순히 힘을 기르는 운동이 아닌 근육의 양을 증가시켜주는 운동 방법을 찾아보구요, 근육을 만들때 어떤 영양소를 어떤 음식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얼마나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찾아봅니다. 이렇게 세부적으로 목표를 쪼개면 쪼갤수록 복잡할 수 있지만, 알아가는 즐거움도 크고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내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나를 몰아세울 방법, 즉 어떻게든 헬스장에 가게 만들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제일 좋은 방법은 돈을 쓰는 것입니다. 절대 금액이 다소 큰 1년권을 결제하거나, 아니면 제가 했던 방식처럼 트레이너에게 PT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사람은 큰 돈을 내게 되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헬스장에 가기 마련이니까요. 회원권 환불을 이 악물고 해주지 않으려는 몇몇 헬스장 사장님들이 이렇게 돈을 중요시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내가 가기 편한 헬스장에 등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평소 동선과 멀리 떨어진 곳의 헬스장을 등록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귀찮다고 안 가는 경우가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 집-학교/회사-집 동선일텐데요, 내가 다니는 길을 되짚어 보고 그 근처에 어떤 헬스장들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세면도구를 들고 다녀야 한다면 집 근처가, 상관없다면 동선 근처 어디든 괜찮겠네요.
이런 과정들을 거쳐 헬스장에 3달정도 매일 가기만 하면, 헬스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그 뒤에는 남들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말려도 알아서 헬스장에 가게 될 것입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알아서 갑니다. 어려워 보이더라도, 당장 실행해 보는건 어떨까요?